16일 경북 성주군 월항면에 있는 월항농협농산물산지유통센터. 인공지능(AI) 선별기의 컨베이어벨트에 노란 참외가 빠른 속도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AI 선별기는 참외 한 개에 18장의 사진을 찍는다. 이를 통해 참외의 색깔, 당도, 수분 함량, 병해 여부까지 실시간으로 분석한다. 품질 검사를 마친 참외는 일본 베트남 등 10개 국가에 수출된다.

◇베트남 제사상 오르는 K과일

한국에서는 흔한데…베트남 가면 고급 과일로 '인기 폭발'
이날 롯데마트에 따르면 베트남 롯데마트는 지난 3월 성주 참외 판매를 시작했다. 베트남으로 참외 수출이 가능해진 것은 지난해 4월 한국과 베트남이 식물검역 양자 회의에서 검역 협상을 타결한 덕분이다. 2008년부터 추진한 참외 수출은 17년간 병충해 위험 평가와 검역 조정 등의 과정을 거쳐 결실을 봤다. 베트남으로 수출하는 참외는 현지 허가를 받은 성주의 일부 농가에서만 생산하며 비파괴 당도 선별 등 까다로운 선별 과정을 거친다.

롯데마트는 성주의 월항농협과 협력해 베트남 롯데마트에 성주 참외를 공급하고 있다. 성주 참외는 판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멜론 카테고리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 과일이 프리미엄 과일로 인식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베트남은 설 명절인 ‘뗏’ 기간에 고급 과일을 제사상에 올리는 문화가 있는데 이때 한국 과일을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지난해 1월부터 베트남 롯데마트에서 판매된 한국 과일 6종(딸기, 샤인머스캣, 배, 사과, 감, 참외)의 누적 매출은 2023년 대비 20% 증가했다. 딸기와 샤인머스캣이 매출 1, 2위를 차지했고 최근 참외도 잘 팔린다.

방준하 롯데마트 과일 상품기획자는 “성주 참외는 닷새 만에 베트남에 도착한다”며 “참외 포장지에도 한국어로 상품명을 표기해 K과일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참외

성주 참외는 지역 특산물을 넘어 K과일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트남 외에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에 수출된다. 특히 일본 수출은 10년 이상 지속해 코스트코, 지역 슈퍼마켓 등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

참외는 전 세계 국가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과일이다. 국내 참외의 70~80%는 성주에서 생산한다. 월항농협의 올해 참외 수출액은 베트남(40만달러)을 포함해 120만~15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류상천 월항농협산지유통센터 상무는 “국산 딸기는 미국산, 일본산보다 높은 경쟁력을 갖춰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참외는 한국에서 주로 재배하는 만큼 K멜론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확 직후 맛과 식감이 급격히 떨어지는 참외 수출을 위해서는 고도화한 물류 기술이 필요하다. 최근 성주에서는 이를 위해 공기 조성을 조절하는 CA 선박 기술을 도입했다. 산소 농도를 낮추고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여 과일의 호흡을 지연시키는 기술이다. 일반 냉장 선박 대비 상품 손실률을 40%에서 5%로 낮출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류 상무는 “이번 달 비행기뿐만 아니라 해상 운송길도 열려 참외 수출이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주=라현진 기자 raraland@hankyung.com